공지사항

[기호일보 2022 연중기획] 군포 아이메디컴㈜ 자체 개발 의료기기 ‘EZX’

언론보도/뉴스
작성자
IMEDICOM
작성일
2022-03-29 15:19
조회
1268

인공고관절 ‘비구컵’ 단 5분 만에 빠르고 안전하게 제거

기호일보 / 임영근 기자 / 2022.03.28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건강에 대한 인류 염원이 갈수록 간절해지면서 의료기술 못지 않게 의료기기 분야의 성장도 고령화 사회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군포에 소재한 의료기기업체 아이메디컴㈜은 2004년 설립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며 세계 각국에 자체 개발한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효자 기업이다.

특히 고관절 재치환 수술 시 컵 제거기 ‘EZX’를 개발해 북미, 유럽 등에서 획기적 상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아이메디컴 주돈수 대표를 만나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EZX 개발 비하인드와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아이메디컴㈜ 직원들이 의료기기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메디컴㈜ 직원들이 의료기기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의료기기 국산화에 성공 ‘수입대체 효과’

주 대표가 창업한 때는 2004년으로 40대 중반의 나이였다. 고령화 시대 의료기기 분야가 유망하리라고 보고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했다. 의료기기 분야로 시선을 모은 이유는 아버지의 오랜 투병 생활도 영향을 미쳤다.

전매청을 다니던 부친은 테니스를 즐겼다. 오랜 기간 운동을 하면서 고관절이 좋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치료보다 진통주사에 의지한 채 병을 키웠다. 정년퇴임 하자마자 병세가 악화돼 뒤늦게 치료에 나섰지만 호전되지 않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걷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치료차 병원을 들렀을 때 걷지 못하는 고령 환자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 대표는 ‘건강한 노후가 진정 행복한 고령사회의 삶’이라는 생각을 품으며 의료분야 창업의 꿈을 키웠다.

창업 무렵 국내 의료기기 시장을 조사해보니 거의 모든 기기를 수입에 의존했다.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고장 난 경우 개발사 본국으로 수리를 보냈다가 받아야 하니 긴 시간과 고비용에 결국 새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이런 척박한 국내 상황을 기회로 삼았다. 우선 특허나 실용신안에 저촉받지 않거나 특허 기간이 끝난 제품부터 국산화를 준비했다.

의료기기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곳곳에 암초가 대기 중이었다. 개발도 오래 걸리지만 생체적합, 임상, 제품별 등급 등 각종 실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고객인 의사도 만나 제품을 소개하는데, 손에 익숙한 기존 제품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열악한 신생업체 제품을 믿고 기꺼이 구입할 소비자를 만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나 계속된 기술 보강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점차 국내시장에서 의료기기 국산화에 성공하며 이름을 알렸다. 국내 의료기기 분야에 ‘수입대체 효과’를 내면서 의료기관과 환자의 비용을 줄였다.

해외시장 개척은 높은 진입장벽 탓에 고전했다. 100년 이상 된 글로벌 업체에서 만든 제품과 경쟁 자체가 힘들었지만 꾸준한 영업활동과 해외 전시회 출품으로 브랜드를 알렸다.
주돈수 사장이 의료기기 ‘EZX’를 들고 작동법을 시연했다.

주돈수 사장이 의료기기 ‘EZX’를 들고 작동법을 시연했다.

#아이스크림 사다 떠오른 아이디어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 판매로 근근이 버틸 무렵 직원들은 해외 전시회 참가를 극구 반대했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실정에 성과를 기약하기 힘든 해외 홍보에 나서겠다니 어쩌면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성장하려면 전시회 나가서 제품과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밀고 나가며 제품 홍보 투자를 계속했다.

높은 장벽 탓에 기존 제품으로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난국을 타개할 독창적인 제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던 시기다.

주 대표가 해외 전시회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 저녁, 급한 서류를 볼 일이 있어 공항에서 곧장 전무 집으로 향했다. 퇴근한 직원을 불러내는 일이 미안해서 아이들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사러 매장에 들렀다. 주문한 뒤 점원이 용을 쓰면서 아이스크림을 퍼는 장면을 무심히 보는데, 점원의 팔에 붙은 파스에 시야에 들어왔다. 다른 종업원들도 모두 한쪽 팔에 파스를 붙였다.

‘저 종업원들이 아이스크림을 쉽게 뜨게끔 자동화된 기기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스치다가 의사가 비구컵을 교체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인공고관절 수술 부위에 끼워 넣은 의료기기 ‘비구컵’은 5~15년 정도 쓰면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다. 고관절 뼈에 붙었던 비구컵을 빼내는데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 의료현장에서 조차 의사가 팥죽땀을 흘릴 정도로 악력을 쓰는 현실이다.

‘그래, 이거다. 비구컵 제거기를 전동식으로 자동화한다면 획기적인 제품이 될거야!’ 상무와 만나서 급한 서류를 처리하고, 방금 전 스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상무도 개발해 보자며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긴 여정의 피로도 잊은 채 개발에 실패하면 전국 아이스크림 매장에 아이스크림 퍼는 기구를 팔자는 농담까지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다음 날 즉시 개발실 직원들을 불러 전동식 비구컵 제거기 개발에 착수했다.
인공고관절 비구컵을 제거하는 의료기기 ‘EZX’.

인공고관절 비구컵을 제거하는 의료기기 ‘EZX’.

#4년 만에 만든 제품 ‘게임 체인저’ 호평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개발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외국처럼 ‘카데바’라는 실험용 시체를 구할 길이 없어 뼈와 비슷한 의료용 재료를 구해 실험했으나 실험이 길어질수록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궁여지책으로 도살장에 들러 엉덩이쪽 뼈를 구입해 회사 냉동실에 보관하며 실험했다. 도살장에서는 남들이 찾지 않는 부위만 사가니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제품 개발에 타인 시선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전동식이다 보니 배터리 성능도 담보돼야 한다. 수술실의 130℃ 고압 스팀멸균 환경에서도 원활히 작동돼야 하기 때문에 자체 개발한 의료용 배터리를 수차례 반복 실험했다. 동시에 모터는 물론 전동식 장치 모든 부분을 자체적으로 만들며 기술력도 확보했다.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제품 EZX를 국제 전시회에 선보였다. 냉대만 받던 아이메디컴 부스는 전시회 기간 내내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완제품이 되려면 여러 실험과 인증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소뼈로만 실험해 이렇다 할 자료가 없다는 사실이 걸림돌이었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 관계자가 관심을 보이며 ‘제품 실험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획기적인 제품이다 보니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후 미국 현지 의대에서 카데바로 직접 실험했다. 수차례 국내외를 오가며 실패를 거듭한 끝에 4년 만에 시판이 가능한 개발이 완료됐다.

2019년 3월 독일에서 열린 메디카 전시회에 선보인 혁신적인 제품 EZX는 ‘게임 체인저’라는 호평을 받았다. 해외 전시회 구석진 부스만 전전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날 부스에는 각국 의료업계 관계자들이 몰렸다.

부스 운영 며칠 만에 연 매출 10조 원 규모인 미국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헬리샤인으로부터 총판 계약을 맺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날 숙소에 들어와 한국 시간이 새벽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직원들에게 전화해 떨리는 목소리로 이 소식을 알렸고, 동반한 직원들과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흘렸다.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의료기기 EZX

헬리샤인과 250억 원 총판 계약을 맺고 미국 50개 주 메인 병원 관계자들에게 제품 발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발표회가 목전이던 2019년 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상장도 하고 더 많은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놓을 좋은 기회를 얻게됐다는 기대가 매우 컸던 중요한 시기에 지구촌에 재앙이 번지며 대대적인 홍보 기회도 허공으로 함께 날아갔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제품 성능이 알려지면서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수출 의뢰가 들어왔다. 미국, 캐나다, 인도, 영국, 북아일랜드 등 5개국 독점과 유럽지역 비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각국에 특허출원을 진행해 일본과 중동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EZX가 국제 의료기기 분야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는 의료계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수준 높은 기술력 덕분이다.

기존 인공고관절 재수술 시 비구컵을 빼려고 컵의 외부를 일부 깎아내고 잡아당겨 제거했다. 이 경우 비구컵에 붙었던 뼈가 묻어 나와 골 손실이 생기고 심하면 추가적인 골절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했다. 컵을 빼내는 과정도 어려워 수술시간이 길고 비용도 부담됐다.

반면 EZX는 뼈 손실을 최소화해 깔끔하게 비구컵을 제거한다. 기존에는 재수술을 용이하게 하려고 환자의 골격보다 더 큰 비구컵을 사용했지만 이 제품 사용으로 좀더 작은 비구컵을 사용하게 돼 보다 나은 결과가 도출됐다. EZX에 부착된 반원형 칼을 빠르게 회전시켜 비구컵에 넣었다 빼는 방식으로 기존 50분 정도 걸리던 시간이 3~5분 정도로 대폭 단축됐다. 쉽고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비구컵 제거가 가능해 환자 회복력도 향상시켰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 불사

주 대표는 그동안 다양한 의료기기를 개발하며 국내 의료산업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00만 달러, 300만 달러, 500만 달러 수출탑과 지식경제부장관상, 대한민국보건산업대상 국무총리상, 산업포장까지 받았다.

세계 최초, 최고의 기술력으로 개발된 EZX를 기반으로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 다양한 의료기기를 선보여 세계 주요시장의 인허가 획득이 가능했다.

주 대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수술용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지는 못하지만 꾸준한 마케팅과 기술개발로 더 많은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한다. EZX를 발판 삼아 세계시장에서 글로벌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힌트를 얻어 4년간 연구 개발 끝에 탄생한 독창적인 EZX는 아이메디컴㈜의 보물이자 군포시, 나아가 대한민국 의료기기의 효자상품이다.

군포=임영근 기자 iyk@kihoilbo.co.kr

기사출처: http://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2204